
예전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진짜 작은 사람이 어딘가에 살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우리 집 마루 밑에도 혹시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틀어놨습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2010년 9월 9일 한국에서 개봉한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든 지브리인데 이번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 대신 기획과 각본을 맡고 지브리 내부 직원 출신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지브리 작품답게 호불호가 없고 세계적으로 성인들에게도 평판이 좋은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미국에서도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북미 흥행 4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이들이 보면서 엄마 진짜 작은 사람 있을 수도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했던 생각이랑 똑같았거든요. 작은 집도 아이들이 상상을 하더라고요. 나도 저런 집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루 밑 아리에티 줄거리, 인간들 몰래 마루 밑에 사는 10cm 소인 가족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 소인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 포드, 어머니 홈리, 그리고 열네 살 딸 아리에티입니다. 이들은 인간들 몰래 집 안의 물건을 조금씩 빌려 쓰며 생활합니다. 각설탕 하나, 티슈 한 장, 바늘 하나가 소인들에게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인간에게 발견되면 그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게 소인족의 철칙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이 약한 소년 쇼가 이 저택으로 요양을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쇼가 아리에티를 발견하게 되고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가까워집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아리에티네 집이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인간의 물건들로 만들어진 소인 크기의 가구와 집이 너무 아기자기하고 귀엽습니다. 각설탕으로 만든 장식, 클립으로 만든 선반, 바늘이 사다리가 됩니다. 아이들이 그 작은 집을 보면서 나도 저런 집 갖고 싶다고 했을 때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거든요.
지브리가 그려낸 작은 세상, 소인의 눈으로 보는 것들이 이렇게 달라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소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입니다. 아리에티에게 사람 발 하나는 거대한 위협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공룡처럼 느껴지는 크기입니다. 부엌 바닥을 가로지르는 것이 아리에티에게는 목숨을 건 모험입니다. 그 시점이 화면에 담기면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보입니다.
아이들이 작은 사람이 진짜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 영화의 연출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를 말해줍니다. 지브리 특유의 손그림 질감이 이 영화에서도 살아있습니다. 물방울 하나, 빛이 들어오는 각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그 디테일이 소인들의 세계를 진짜처럼 만듭니다.
OST도 이 영화의 큰 강점입니다.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셀린느 르피브르가 담당했는데 몽환적이고 따뜻한 음악이 영화 분위기와 너무 잘 맞습니다. 아리에티의 노래라는 곡이 특히 귀에 남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멜로디가 한동안 머릿속에서 흘렀습니다.
마루 밑 아리에티 평점과 총평, 엄마가 아이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
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입니다.
제가 먼저 좋아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준 영화입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했던 상상을 아이들도 똑같이 했습니다. 작은 사람이 진짜 있을 수도 있겠다는 그 상상. 그게 이 영화가 가진 힘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아이들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0.3점을 뺀 이유는 이야기 전개가 조용하고 잔잔해서 큰 사건을 기대하는 아이들에게는 중간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 아이들도 중간에 언제 뭔가 나와하면서 기다리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봤습니다.
지브리 영화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무섭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없고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아기자기합니다. 아리에티네 작은 집을 보면서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보고 나서 우리 집 어딘가에 작은 사람이 살고 있으면 어떨까 하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이 집구석구석을 살펴봤습니다. 작은 사람이 사는 흔적을 찾겠다고요. 이 영화가 그렇게 만드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