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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엑시트 리뷰 줄거리 평점 출연진 및 이상근 감독의 재난 미학과 현대적 서바이벌 분석

by 영화보는엄마 2026.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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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주인공 영화포스터

2019년 여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 942만 명을 모았습니다. 당시 여름 텐트폴 4편 중 나랏말싸미, 사자, 봉오동 전투가 기대작으로 꼽혔고 엑시트는 거기 끼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하자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언론 시사 후 잘 빠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개봉 3일 만에 100만을 넘겼습니다. 그 속도가 극한직업, 베테랑, 신과 함께와 같았습니다. 이상근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가 한국 재난 영화의 공식을 바꿔놓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낸 현상 중 하나가 있습니다. 조정석이 개봉 후 기업 광고에 출연했는데, 관객들이 용남이가 드디어 취업 성공했다며 기뻐했습니다. 캐릭터와 배우가 그만큼 하나로 보였다는 뜻입니다. 900만 돌파 공약으로 이승환의 슈퍼히어로에 맞춰 섹시댄스를 추겠다고 했고, 실제로 이행했습니다. 그 공약 이행 영상이 소녀시대 공식 트위터에 올라갔습니다. 그해 여름 극장가의 가장 유쾌한 장면이었습니다.

엑시트 줄거리: 가스 너머의 내일, 옥상 위의 가장 처절한 따따따

대학 산악부 에이스였던 용남(조정석)은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 중입니다. 어머니 칠순 잔치에서 온 가족의 눈칫밥을 받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를 재회합니다. 의주는 연회장 부점장입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포기하고 이 자리까지 온 사람입니다. 취업은 했지만 건물주 아들 점장의 강압적인 요구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둘 다 어떤 의미에서 막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날 저녁 정체불명의 남자가 인근 화학 공장 탱크로리로 유독가스를 방출합니다. 순식간에 도심이 뒤덮입니다. 가스는 무겁습니다. 아래로 깔립니다. 살려면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용남 가족이 있는 건물 옥상 문은 잠겨 있습니다. 용남이 맨손으로 벽을 타기 시작합니다. 대학 시절 클라이밍으로 단련된 몸이 유일한 무기입니다. 의주도 뒤따릅니다. 쓰레기봉투로 방호복을 만들고, 분필 가루를 손에 묻히고, 빌딩 외벽을 가로지릅니다.

이 영화의 핵심 장면 중 하나가 구조 헬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장면입니다. 자기들이 탈 수 있는데 뒤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보냅니다. 그리고 다시 안갯속으로 뛰어듭니다. 그게 용남과 의주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말해줍니다. 루저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출연진 분석: 조정석의 짠내와 임윤아의 발군

조정석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은 지질함과 용기의 동시 존재입니다. 가족 앞에서 쭈그러드는 백수와 벽을 타는 클라이머가 같은 사람입니다. 그 두 얼굴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조정석 특유의 코믹 타이밍이 공포 장면과 교차되는 구간에서 영화의 리듬이 살아납니다. 이 영화는 조정석의 필모그래피에서 이전까지 최고 흥행작이었던 관상 913만을 넘어선 작품입니다.

임윤아에 대해 씨네21이 쓴 평이 있습니다. 거침없이 뛰고 구르는 임윤아가 발군이라고. 이 한 문장이 이 영화에서 임윤아가 한 것을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가 멀리서 찍는 안전한 장면을 하지 않았습니다. 액션의 80%를 조정석과 함께 대역 없이 직접 촬영했습니다. 그 선택이 화면에서 보입니다. 의주가 달리는 장면에서 숨이 차 보입니다. 그게 이 영화의 긴박함을 실제처럼 만드는 요소입니다.

고두심의 어머니와 박인환의 아버지가 건물 안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장면들도 이 영화의 감정을 떠받칩니다. 바깥에서 뛰는 용남의 장면과 안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장면이 교차될 때 관객이 가장 긴장합니다. 그 설계가 영리합니다.

이상근 감독의 재난 미학 분석: 신인이 만든 공식의 전복

이상근 감독이 데뷔작에서 가장 잘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재난을 무겁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한국 재난 영화는 대부분 신파와 함께 옵니다. 이 영화는 신파가 없습니다. 코미디와 액션이 교차합니다. 웃기다가 심장이 쫄립니다. 그 리듬이 103분 동안 유지됩니다. 둘째, 주인공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용남은 클라이밍을 좀 할 뿐입니다. 특수 요원도 아니고 천재도 아닙니다. 의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평범함이 관객의 공감을 만들었습니다.

이 감독이 촬영에서 극도로 신경 쓴 부분이 있습니다. 재난 장면에서 아이들의 절박한 감정을 바스트숏으로 담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에서 재난 속 아이들 장면을 어떻게 찍느냐는 매우 예민한 문제입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 장면이 관객의 아픈 기억을 건드릴 수 있기에 아이들을 바라보는 용남과 의주의 시점숏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조심스러움이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으로만 머물지 않게 합니다.

한국적 풍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대가족 칠순 잔치, 네온사인 간판, 거대한 장식물이 붙은 건물 외벽. 이 배경들이 재난 상황과 만났을 때 낯설면서도 익숙한 감각이 생깁니다. 외국 재난 영화와 다른 질감이 여기서 나옵니다.

엑시트 평점 및 총평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입니다.

이 점수를 주면서 고민한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재난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이 영화가 해낸 것들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신파 없이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 주인공을 특별하지 않게 만드는 것, 아이돌 출신 배우가 80%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게 한 것. 이 세 가지만으로도 4.8점은 정직한 숫자입니다.

0.2점을 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악당의 동기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유독가스 테러를 일으킨 자의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재난의 원인보다 재난 속 사람들에 집중한 선택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허술함이 눈에 걸립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구조 장면이 다소 반복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빌딩에서 빌딩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세 번째쯤 되면 조금 익숙해집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손바닥을 봤습니다. 분필 가루를 묻히고 벽을 타던 손이 생각났습니다. 평범한 손이었는데 그날은 사람을 살렸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남기는 것입니다.

추천 대상을 세분화해서 말씀드립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재난 영화를 찾는 분들께 가장 먼저 권합니다. 12세 이상 관람가이고 신파가 없어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취업 준비 중이거나 직장에서 지쳐 있는 20~30대에게는 용남과 의주의 이야기가 남다르게 들릴 것입니다. 반대로 무거운 사회 비판 메시지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심오하지 않습니다. 대신 시원합니다. OTT에서 보셔도 되지만 가능하면 큰 화면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빌딩 외벽을 가로지르는 장면들은 화면이 클수록 더 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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