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아이들이 보자고 한 게 아닙니다. 제가 먼저 틀어놨습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분명 재밌게 볼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1988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은 영화입니다. 오히려 요즘 화려한 CG 애니메이션들 사이에서 이 영화의 따뜻한 손그림 느낌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영화를 틀었는데 아이들이 화면을 보더니 반응이 왔습니다. 엄마 저거 우리가 인형 뽑기에서 뽑았던 거랑 똑같다. 그 말에 생각해 보니 맞았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인형 뽑기에서 검정 먼지 캐릭터를 뽑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영화보다 인형 뽑기를 먼저 만난 거였는데 그게 오히려 영화에 더 빠르게 빠져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동그란 작은 검정 먼지들을 보고 엄마 너무 귀여워했습니다. 그 반응을 보면서 내가 어릴 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이 지나도 아이들 반응이 같다는 게 이 영화의 힘입니다.
이웃집 토토로 줄거리, 숲 속 이웃과 나누는 조용하고 따뜻한 이야기
아빠와 함께 시골로 이사 온 자매 사츠키와 메이가 있습니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낯선 시골집에서 적응하던 중 메이가 숲에서 커다란 생명체를 만납니다. 이름은 토토로. 숲의 정령입니다. 처음엔 무섭게 생겼는데 볼수록 귀엽고 따뜻한 존재입니다. 자매는 토토로와 조용한 우정을 쌓아갑니다.
이 영화에 큰 사건이 없습니다. 악당도 없고 화려한 전투도 없습니다. 그냥 두 아이가 시골 자연 속에서 신비로운 존재들과 만나는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엔 그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보다 보면 그 조용함이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아이들도 처음엔 뭔가 더 나오겠지 하면서 보다가 어느 순간 토토로가 나올 때마다 함께 웃고 있었습니다.
검정 먼지라고 불리는 작은 검은 생물들이 집 안에 가득 있다가 사람이 오면 흩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아이들이 인형 뽑기에서 뽑은 거랑 똑같다고 소리쳤습니다. 그 순간부터 영화에 완전히 몰입했습니다. 이미 인형으로 친숙했던 캐릭터가 영화에서 살아 움직이는 걸 보는 경험이 아이들한테 꽤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이유, 토토로가 왜 여전히 사랑받는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했던 기억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시골집, 논밭, 커다란 나무, 빗소리. 그 감각들이 화면에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라 빛의 느낌이 다릅니다. CG로 만든 애니메이션과 확연히 다른 따뜻한 질감이 있습니다. 그게 30년이 지나도 이 영화가 낡지 않는 이유입니다.
토토로라는 캐릭터 자체도 특별합니다. 말이 없습니다.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어줍니다.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사츠키 옆에 서서 함께 비를 맞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데 대사 한 마디 없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가장 따뜻합니다.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토토로가 보여줍니다.
엄마가 병원에 있다는 설정이 아이들한테 어떻게 다가갈까 걱정했는데 영화가 그 부분을 무겁게 다루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걱정하면서도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 균형이 자연스럽습니다. 아이들도 보면서 그 부분에서 조용해졌다가 토토로가 나오면 다시 신이 났습니다.
이웃집 토토로 평점과 총평, 인형 뽑기로 먼저 만났어도 영화로 봐야 완성되는 캐릭터
평점은 5점 만점에 4.9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라 높은 점수가 당연히 나오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아이들 반응을 보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제가 어릴 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랑 아이들 반응이 같았습니다. 검정 먼지 보고 귀엽다, 토토로 보고 크다, 고양이 버스 보고 신기하다. 30년이 지나도 아이들이 같은 포인트에서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게 이 영화의 진짜 힘입니다.
0.1점을 뺀 이유는 솔직히 뺄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큰 사건이 없는 조용한 영화라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중간에 심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중간에 한 번 토토로 언제 또 나와 하기는 했습니다.
지브리 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먼저 권합니다. 센과 치히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보다 조용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아이들과 처음 보는 지브리 영화로 딱 좋습니다. 인형 뽑기에서 토토로나 검정 먼지 캐릭터를 이미 만난 아이라면 더 빨리 빠져듭니다. 저희 아이들처럼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검정 먼지 인형을 찾아왔습니다. 영화에서 봤던 거랑 똑같다고 한참 들고 다녔습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한참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