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같이 보려고 골랐는데 제가 먼저 울었습니다. 아이는 괜찮은 표정이었는데 저는 혼자 눈물 닦느라 바빴습니다. 영화 원더는 2017년 12월 27일 한국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입니다. R.J. 팔라시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고, 월플라워를 만든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작품입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이 9.43점입니다. 이 숫자가 이 영화를 설명합니다. 본 사람들이 다 좋아한 영화입니다.
처음엔 장애 아이가 학교 가는 이야기라니 좀 뻔하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뻔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어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아프고, 각자의 방식으로 버팁니다. 그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달리 느껴졌습니다.
원더 줄거리: 헬멧을 벗고 마주한 세상, 친절이 빚어낸 눈부신 우주
선천성 안면 기형을 가진 어거스트 풀먼,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10살까지 집에서 엄마한테 홈스쿨링을 받았습니다. 27번의 성형 수술을 견뎌낸 아이입니다. 할로윈을 제일 좋아합니다. 얼굴을 마음껏 가릴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서요. 그 설정 하나에 이 아이의 일상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가 드디어 어기를 진짜 학교에 보냅니다. 첫날부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차갑습니다. 어기는 상처받습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진짜 친구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어기 한 명의 시점으로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누나 비아의 시점, 친구 잭 윌의 시점, 미란다의 시점으로 각각 따로 이야기합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구성했나 싶었는데, 보다 보면 이해됩니다. 어기 주변의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나 비아는 동생한테 부모의 사랑을 늘 양보해야 했습니다. 그 아이도 외로웠습니다. 그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진짜 뭘 말하고 싶은지가 느껴졌습니다.
출연진 분석: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눈빛, 줄리아 로버츠의 표정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대단합니다. 특수 분장으로 얼굴 상당 부분이 가려진 상태에서 연기해야 합니다.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제한됩니다. 그런데 눈빛만으로 어기의 두려움, 희망, 용기가 다 느껴집니다. 룸으로 이미 인정받은 배우인데 원더에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어기를 기형을 가진 소년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와 감정을 가진 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드는 게 이 배우의 힘입니다. 스타워즈를 엄청 좋아하는 설정이 있어서 츄바카랑 다스 시디어스가 환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게 또 귀엽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이사벨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인물입니다. 그림책 작가가 꿈이었는데 어기 육아에 올인하면서 논문 한 편을 못 마쳤습니다. 석사 학위를 포기한 사람입니다. 어기가 학교 첫 등교하는 날 줄리아 로버츠의 표정이 있는데, 불안, 기대, 자책, 안도가 동시에 담겨있습니다. 대사가 없는데 그 모든 감정이 보입니다. 엄마들이라면 이 장면에서 왜 우는지 알 것 같습니다. 오웬 윌슨의 아빠 네이트는 이 영화의 유머를 담당합니다. 가벼운 것 같은데 그 가벼움이 이 영화의 무거운 감정들을 버텨주는 역할을 합니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연출 분석: 친절은 선택이다
월플라워를 만든 감독입니다. 그 영화도 소외된 아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감독이 잘하는 게 있습니다. 아픈 이야기를 아프게만 만들지 않습니다. 위트가 있습니다. 원더도 그렇습니다. 무겁지 않습니다. 웃기다가 울리고, 울리다가 웃깁니다. 113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구조가 시점 전환입니다. 어기의 이야기를 하다가 누나 비아의 챕터, 잭 윌의 챕터, 미란다의 챕터로 넘어갑니다. 처음엔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아서 어색했는데, 그 각각의 챕터에서 어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어기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설계가 영리합니다. 어기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 이렇게 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면, 일부 갈등 해소가 너무 빠릅니다. 어기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마지막에 금방 마음을 바꾸는 장면들이 현실보다 낙관적으로 그려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살짝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현실에서 저런 아이들이 저렇게 쉽게 바뀔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원더 평점 및 총평
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입니다.
이 점수를 정하면서 생각한 건 이겁니다. 내가 이 영화를 왜 울면서 봤나. 어기가 불쌍해서 운 게 아닙니다. 어기가 처음으로 진짜 친구를 만드는 장면에서 울었고, 줄리아 로버츠가 아들 첫 등교를 보내던 표정에서 울었습니다. 엄마로서 공감이 됐습니다. 내 아이가 세상에 나가는 첫 날의 그 마음이 저 표정 안에 있었습니다.
4.7점에서 0.3점을 뺀 이유는 갈등 해소 속도의 낙관성 때문입니다. 어기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마지막에 너무 쉽게 변합니다. 현실에서는 저렇게 빠르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챕터 전환 구조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기의 이야기 흐름이 끊기는 느낌도 동시에 줍니다. 어기에 집중하다가 누나 챕터로 넘어가면 처음엔 적응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 권하냐면, 일단 아이 있는 부모님께 강력히 권합니다. 아이와 함께 보시면 보고 나서 이야기할 것들이 많습니다. 다름에 대해서, 친절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됩니다. 전체 관람가라서 초등학생부터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봅니다. 어기가 스타워즈 팬이라서 그 요소들이 재밌게 등장하거든요. 감동적인 영화인데 무겁지 않은 영화를 찾는 분들, 가족 영화인데 억지 신파가 싫은 분들에게 딱 맞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보고 나서 아이 얼굴을 한참 봤습니다. 이 아이가 세상에 나가면서 받을 시선들이 전부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로서 별수 없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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