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3

리바운드 영화 리뷰 줄거리 평점 출연진 및 장항준 감독의 청춘 스포츠 미학 분석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딱 하나만 알고 가시길 권합니다. 실화라는 것.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알고 극장에 앉았는데, 영화 초반부터 이미 달랐습니다. 스크린 위의 저 아이들이 실제로 저 코트에 섰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냥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목격하는 기분이 됩니다. 영화 리바운드는 스포츠 영화인데 경기 결과보다 그전에 일어난 일들이 더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다시 일어서는 것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한국 스포츠 영화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 리바운드도 그 공식을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다른 건,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 2026. 4. 16.
고백의 역사 영화 리뷰 줄거리 평점 출연진 및 청춘 로맨스의 서정적 미학 분석 1998년이면 제가 딱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 시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교실을 나왔던 기억, 좋아한다는 말을 어떻게 전할지 노트에 연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고백의 역사를 보는 내내 그 시절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영화 속 캠코더, 삐삐, 공중전화 앞에 줄 서던 장면들이 스크린에 나올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간질간질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옆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혼자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거든요.이 영화가 단순한 복고 감성 영화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1998년이라는 시대를 배경 장식으로만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IMF 직후라는 시대적 맥락이 등장인물들의 가정환경에 슬쩍 녹아있고, 그 불안한 시대에 고등학생이 짝사랑 하나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 2026. 4. 16.
올빼미 영화 리뷰 줄거리 평점 출연진 및 안태진 감독의 스릴러 미학 분석 소현세자에 대해 처음 제대로 알게 된 건 아이 역사 숙제를 도와주다가였습니다. 청나라에서 8년을 살다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갑자기 죽었고, 사망 당시 몸 상태가 너무 이상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걸 읽는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인조가 아들을 죽였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그때 처음 접했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다가, 영화 올빼미가 바로 그 죽음을 다룬 영화라는 걸 알았을 때 예고편도 보지 않고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두 시간 동안 거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올빼미는 역사가 남긴 공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 작품입니다. 소현세자의 죽음이 의문스럽다는 사실은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그 밤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안태진 감독은 그 공백에 주맹증 침술사라는 .. 2026. 4. 15.
어쩔 수가 없다 영화 리뷰 줄거리 평점 출연진 및 박찬욱 감독의 생존 미학 분석 사실 이 영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웃음이 났습니다. 어쩔 수가 없다. 너무 한국적인 제목이라서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말 중 하나인데, 그게 살인의 동기가 된다는 발상이 박찬욱 감독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원작 소설을 찾아 읽을 정도로 기대했고, 개봉 첫날 오전 타임을 예매해서 혼자 앉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이 지났을 때, 이 영화가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한국 중년 남성의 초상을 가장 잔인하고 정확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원작은 미국 소설 액스(The Ax)입니다. 실직한 남자가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살해한다는 설정인데, 이 이야기가 한국으로 옮겨졌을 때 무언가 다른 차.. 2026. 4. 15.
영화 20세기 소녀 리뷰 줄거리 평점 출연진 및 방우리 감독의 레트로 미학과 기억의 서사 분석 이 영화 보고 나서 삐삐가 생각났습니다. 1010235. 열렬히 사랑해. 저도 그 숫자 썼던 세대거든요. 공중전화박스에서 동전 넣고 전화하던 기억, 비디오 가게에서 테이프 빌려오던 기억. 화면에 나올 때마다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20세기 소녀는 2022년 10월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입니다. 방우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됐고,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지금은 선재 업고 튀어로 전국구 스타가 된 변우석이 이 영화에서 풍운호였습니다. 그때 이 영화를 보고 이미 알아봤던 분들이 나중에 많이 뿌듯해했을 것 같습니다.199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서 제 나이대 분들에게는 특히 더 와닿는 영화입니다. 그 시절을 모르는 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 2026. 4. 14.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영화 리뷰 줄거리 평점 출연진 및 로디 헤링턴의 수중 액션 미학 분석 90년대 영화를 혼자 찾아보는 취미가 생긴 건 순전히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입니다. 어느 날 밤 브루스 윌리스 전성기 영상을 보다가 제목도 생소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라는 영화가 추천 목록에 떴는데, 클릭하고 나서 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습니다. 1993년작인데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범죄 스릴러보다 훨씬 더 조여 오는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CG도 없고, 폭발 장면도 요란하지 않은데 왜 이렇게 무서운 건지, 보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료의 비리를 증언했다가 조직에서 완전히 매장당한 형사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옳은 일을 했는데 벌을 받았습니다. 이 설정 하나가 영화 전체를 .. 2026. 4. 14.